오클리의 대표 프레임, 패션위크를 입다
스포츠 아이웨어가 활주로 모티프를 입는 법
스포츠 아이웨어가 활주로 모티프를 입는 법
오클리의 대표 프레임 엘립스가 이번에는 스포츠 고글이 아니라 패션 하우스의 캔버스로 쓰였다. 키코 코스타디노프는 자사 여성 라인 키코 코스타디노프 우먼을 이끄는 파닝 자매, 로라와 디앤나와 함께 이 프레임에 깃털과 야생의 질감을 입혔다. 이 작업은 지난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FW26 컬렉션의 일부로 처음 무대에 올랐고, 그로부터 반년 만인 지금 누구나 주문할 수 있는 실제 제품으로 도착했다. 런웨이에서 스치듯 지나간 디테일이 전시용 샘플로만 남지 않고 곧장 선글라스 매대까지 그대로 넘어온 속도 자체가, 요즘 패션 하우스들이 왜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서두르는지, 그리고 레디투웨어 전체가 아니라 왜 하필 선글라스라는 작고 가벼운 품목을 입구로 고르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옷 한 벌을 새로 설계하는 것보다 이미 사람들 눈에 익은 형태 하나를 빌려 콘셉트를 압축하는 쪽이 지금 더 잘 통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선택이 왜 하필 깃털과 탐조라는 소재로 이어졌는지를 따라가 보면 이 협업이 놓인 맥락이 좀 더 분명해진다. 패션위크 무대 위의 아이디어 하나가 몇 달 안에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으로 넘어오는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 볼 만한 사례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협업의 출발점은 키코 코스타디노프 FW26 컬렉션이 파고든 탐조와 야외 활동이라는 주제다. 파닝 자매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1992년 신디 셔먼이 발표한 사진 에세이 피처스 버드에서 깃털과 자연 질감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져와 오클리 프레임에 그대로 적용했다. 그 결과물은 오클리가 보통 보여주던, 매끈하고 균일한 단색 마감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갖는다. 엘립스의 둥글고 곡선적인 실루엣은 여전히 오클리 로고를 떠올리게 하는 그대로지만, 프레임 표면은 깃털이 겹겹이 쌓인 듯한 결과 나뭇결 같은 질감으로 뒤덮여 레트로퓨처리즘적인 형태 위에 유기적인 느낌을 더했다. 색상은 두 가지다. 프리즘 브론즈 렌즈를 맞춘 애머스트 페이드는 비교적 차분한 톤으로 완성됐고, 우드그레인은 나뭇결 질감을 한층 과장해 표면 자체를 자연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90년대 오클리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형태 위에 패션 하우스의 리서치를 그대로 겹쳐 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로고만 바꿔 다는 흔한 협업과는 분명히 결이 다르고, 프레임 하나에 두 브랜드의 작업 방식이 동시에 읽힌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포츠 기능성 소재와 패션 리서치가 한 물건 위에서 부딪히지 않고 겹쳐 있다는 점이 이번 결과물을 더 눈에 띄게 만든다.
왜 지금인가
스포츠 브랜드와 패션 하우스의 협업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최근 흐름에서는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레디투웨어 전체를 새로 설계하는 대신, 이미 상징성이 확보된 기존 형태 하나를 골라 그 위에 시즌 콘셉트를 압축해서 얹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엘립스처럼 이미 검증된 금형을 그대로 쓰면 개발 비용과 실패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런웨이에서 보여준 이야기를 거의 손실 없이 매장까지 들고 갈 수 있다. 탐조와 야외라는 소재 선택도 우연이 아니다. 조용한 취향과 느린 생활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패션 전반에 퍼지면서, 등산복이나 아웃도어 실루엣뿐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자연 관찰이라는 행위 자체가 참조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신디 셔먼처럼 사진 예술사에 자리를 잡은 작업을 디자인 근거로 끌어오는 방식은, 이 제품이 그저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리서치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패션위크가 끝나고 다음 시즌 본품이 매장에 걸리기까지, 체감상 가장 긴 공백이 생기는 지금 이 시점에 작은 액세서리 협업이 그 사이를 메우는 타이밍이라는 점도 함께 작용한다. 큰 컬렉션을 기다리는 동안 화제를 유지할 수 있는 가볍고 빠른 수단인 셈이고, 옷을 사지 않아도 그 시즌의 세계관 한 조각을 들고 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다음에 볼 것
이 한정판 오클리 엘립스는 키코 코스타디노프와 오클리 두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다. 한정판이라는 설명이 붙은 만큼, 두 컬러웨이 모두 재입고를 기대하기보다는 품절 전에 먼저 확인해 두는 쪽이 안전하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런 방식, 즉 새 금형을 만들지 않고 이미 있는 아이코닉 프레임에 시즌 콘셉트만 덧입히는 협업이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패션 하우스 사이에서도 더 늘어날지다. 이미 검증된 형태를 빌리는 쪽이 비용 부담 없이 화제성만 가져가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키코 코스타디노프 자체의 행보다. 파닝 자매가 이끄는 여성 라인이 메인 컬렉션의 리서치를 액세서리로까지 확장하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방식의 협업이나 확장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볼 만하다. 가격이나 추가 물량에 관한 공지가 나오는지, 그리고 이 조합이 다음 시즌 컬렉션에서 다시 언급되는지도 함께 체크해 둘 부분이다. 작은 액세서리 하나가 다음 컬렉션의 예고편처럼 읽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이번 엘립스도 그런 신호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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