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한테 물어보고 사는 세대, 업계가 움직였다
검색 대신 AI 상담, 새 쇼핑 단계가 생겼다
검색 대신 AI 상담, 새 쇼핑 단계가 생겼다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옷 한 벌을 고르기 전에 포털 검색창보다 AI 챗봇을 먼저 연다. 내 체형에 어떤 핏이 맞는지, 요즘 유행하는 소재가 무엇인지 AI에게 캐묻고, 그 답을 들고 SNS에서 한 번 더 확인한 뒤에야 매장이나 온라인몰로 향한다. 실제로 Z세대의 58퍼센트는 상품을 찾을 때 AI를 활용하고, 31퍼센트는 챗GPT를 제품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출처로 꼽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AI 추천을 통해 유입된 소비자의 구매 전환율은 12.3퍼센트로, 일반 방문자의 전환율 3.1퍼센트보다 네 배 가까이 높다는 수치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포털 검색과 인플루언서 피드만으로 구매가 결정됐다면, 지금은 그 사이에 AI 상담이라는 단계가 새로 끼어든 것이다. 일본 패션업계 전문지 WWDJAPAN이 오는 10월 22일 도쿄 시부야 TRUNK HOTEL SORANIWA에서 무료 세미나를 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2005년생과 2007년생,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멘토 두 명에게 실제로 옷을 사보게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AI에게 묻고 무엇을 구매 결정의 근거로 삼았는지를 그대로 기록해 공개한다는 기획이다. 보도자료 한 장 돌리는 대신 날것의 구매 과정을 통째로 들여다보겠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이 세미나 자체가 지금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의 크기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에도 소비자 행동을 추적하는 세미나나 리포트는 많았다. 그러나 이번 기획이 다른 지점은 분석의 대상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데 있다. 세션1의 제목은 아예 "AI에 상담해 쇼핑해봤다"이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무라카미 가나메 WWDJAPAN 편집장이 두 게스트, 마쓰우라 유라와 타니 료타로에게 어디서 제일 먼저 상품을 찾았는지, SNS와 AI를 각각 어떻게 활용했는지, AI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과 고민을 상담했는지, 어떤 정보가 최종 결정의 결정타가 됐는지, 결국 어디서 결제했는지까지 단계별로 되짚는다. 검색 기록과 AI 상담 내용까지 그대로 남겨 공개한다는 점은 기존의 소비자 조사가 설문이나 인터뷰에 의존해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던 것과 다르다. 행동을 사후 보고가 아니라 실시간 로그로 본다는 접근 자체가 새롭다. 두 게스트의 이력도 이번 기획의 설득력을 높인다. 마쓰우라 유라는 메이지가쿠인대학 불문학과 3학년으로 반년간 파리 유학을 다녀왔고, 타니 료타로는 고교 재학 중 국가자격인 일등 무인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고 직접 크리에이티브 회사를 차려 유튜브와 SNS 채널 운영까지 손댄 인물이다. 패션을 소비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이기도 한 두 사람을 세워, 쇼핑 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처럼 기록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여기에 협찬사 센트릭소프트웨어가 시장과 소비자 동향에 관한 조사 데이터와 인사이트 자료를 현장 참가자에게 제공한다. 개인의 사례 하나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례를 뒷받침할 수치 데이터까지 함께 쥐여주겠다는 구성이다.
왜 지금인가
이 세미나가 지금 열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품 개발 속도가 소비자 행동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그동안 시장 리서치와 정보 수집, 분석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왔고, AI가 이 과정을 효율화해 트렌드를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커졌다. 그런데 정보를 빨리 모으는 것만으로는 상품 개발과 시장 출시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역설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정보 수집은 빨라졌는데 그 정보를 상품으로 연결하는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더구나 소비자, 특히 젊은 세대의 구매 경로 자체가 AI 상담이라는 새로운 단계를 끼워 넣으며 더 복잡해졌다. 기존 방식으로 시장을 읽던 상품 기획팀 입장에서는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압박이 생긴다. 패션 전문지가 직접 세미나를 열어 젊은 세대의 실제 행동을 공개 해부하겠다고 나선 것도, 보고서나 통계만으로는 더 이상 현장의 체감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을 아는 것, 정보를 연결하는 것, 상품을 전달하는 것 세 단계를 각각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다루겠다고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에 볼 것
세미나는 10월 22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3시 반까지 진행되며 참가 신청은 전날인 10월 21일 정오까지 받는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현장과 온라인 참여를 모두 지원한다. 현장에서 듣는 참가자에게는 센트릭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시장과 소비자 동향, 상품 개발 관련 조사 데이터와 인사이트 자료를 별도로 증정한다는 점도 챙겨볼 만하다. 세미나 형식 자체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현장과 온라인을 동시에 열어 지역이나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게 했고, 참가비를 받지 않는 대신 조사 자료를 보상으로 내건 것은 더 많은 실무자를 모아 현장의 반응 자체를 데이터로 쌓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세미나 하나로 끝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이후 업계가 'AI 시대 상품 개발'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구체화해 나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게스트의 실제 구매 여정이 공개되면, 그 기록은 이후 다른 브랜드나 매체가 비슷한 방식의 소비자 행동 추적을 시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AI에게 묻고 결정하는 쇼핑이 특정 세대의 일시적 습관인지, 아니면 상품 기획 전반을 바꿀 만한 구조적 변화인지는 이번처럼 과정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시도가 쌓여야 판가름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이 세미나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각 브랜드가 실제 상품 개발 프로세스에 얼마나 빠르게 이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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