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파리 쇼, 캣츠아이가 앞줄에 앉은 이유
할리우드 전설들 옆에 선 K팝 신인들
할리우드 전설들 옆에 선 K팝 신인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루이비통 여성 컬렉션에서 마지막으로 연출한 것으로 알려진 쇼가 현지시간 10월 6일과 7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쿠르 카레에서 열렸다. 이번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은 하늘 위로 떠오르는 자동차들이 런웨이를 가로지르는 무대로 화제를 모았지만, 패션 업계 밖에서 더 크게 퍼진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객석이다. 젠다야와 엠마 스톤, 카트린 드뇌브, 제니퍼 코넬리처럼 수십 년 경력의 할리우드 상징적 얼굴들 사이에, 블랙핑크의 리사와 스트레이 키즈의 필릭스, 그리고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글로벌 그룹 캣츠아이의 윤채와 다니엘라가 같은 줄에 앉은 것이다. 오랜 세월 쌓인 할리우드 스타들의 상징성과,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 그룹의 화제성이 한 프레임에 잡힌 장면은, 명품 하우스가 글로벌 팬덤을 동원하는 방식이 더 이상 소수의 톱스타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힌다. 패션쇼 프런트로가 누구를 앉히느냐는 결국 그 하우스가 지금 어떤 대중을 겨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지표이기도 하다. 수십 년을 쌓아 올린 할리우드 네임드와, 이제 막 팬덤을 넓혀가는 신생 그룹이 같은 줄에 앉는 조합이 반복적으로 포착된다면, 이는 우연한 섭외가 아니라 명품 업계가 세대와 시장을 동시에 묶어내려는 의도적인 구도로 봐야 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쇼는 'Ergonomics'라는 이름을 달았다. 공식적으로는 움직임과 '사물, 신체, 행동'의 관계에서 출발한 컬렉션이라고 소개됐는데, 실제 룩을 보면 그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다. 드레이핑 기법으로 몸에 감기듯 떨어지는 실루엣, 얇고 섬세한 원단, 장난스러운 러플이 전체를 관통했고, 모델들은 이마와 눈을 가리는 크리스탈 프린지나 색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오버사이즈 바이저형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세컨드 스킨'이라는 개념의 방향이다. 지금까지 세컨드 스킨은 몸에 딱 붙어 윤곽을 드러내는 쪽으로 해석됐지만, 이번 컬렉션은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쪽으로 반대로 틀었다. 보이는 방식보다 입었을 때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을 우선한 셋업이다. 여기에 더해 다미에 트리밍이 들어간 스트라이프 자동차들이 공중에 떠 런웨이 위를 호버링하듯 지나가며, 옷의 움직임과 무대 장치의 움직임을 하나의 메시지로 묶었다. 매 시즌 거대한 세트로 화제를 모아온 하우스이지만, 이번처럼 '자동차가 난다'는 장치를 옷의 가벼움이라는 주제와 직접 연결한 건 이례적이다. 게스키에르의 마지막 무대라는 소문까지 겹치며, 이 변화가 단순한 시즌 콘셉트가 아니라 하우스의 다음 국면을 암시하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왜 지금인가
K팝 아이돌이 해외 명품 쇼 앞줄에 앉는 일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블랙핑크 멤버들이나 스트레이 키즈 같은 그룹은 이미 수년째 파리, 밀라노 패션위크의 단골 얼굴이었고, 이들의 등장은 이제 뉴스 가치보다는 당연한 풍경에 가깝다. 이번 장면이 눈에 걸리는 이유는 그 옆자리에 캣츠아이가 새로 들어왔다는 데 있다. 캣츠아이는 한국 기획사 시스템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겨냥해 만들어진, 아직 데뷔 연차가 짧은 글로벌 그룹이다. 지금까지 검증된 티어의 스타들만 초청하던 명품 하우스 프런트로의 자리가, 이제는 '지금 막 떠오르는' 팀에게도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패션 하우스 입장에서 리스크가 적지 않은 선택이다. 완전히 자리 잡은 스타는 인지도가 보장되지만, 신인 그룹은 화제성이 더 크게 출렁이고 다음 시즌에도 같은 수준의 주목을 받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조합이 늘어나는 건, 글로벌 팬덤이 이제 '누가 이미 유명한가'보다 '누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가'에 더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시즌마다 같은 얼굴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보다, 상승 곡선에 있는 신인을 일찍 데려와 그 팬덤의 에너지를 함께 흡수하는 쪽이 노출 효율이 높다는 계산이 이번 캐스팅 뒤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게스키에르의 루이비통 여성 라인 마지막 시즌이라는 이야기가 공식 확인 없이 떠도는 상태인 만큼, 다음으로 지켜볼 지점은 하우스가 이 소문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혹은 다음 시즌 발표 자체로 답을 대신할지다. 수장 교체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번 'Ergonomics' 컬렉션은 단순한 시즌 작업이 아니라 한 시대를 정리하는 마지막 장이 되는 셈이고, 그만큼 업계의 해석과 평가도 뒤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눈여겨볼 대목은 캣츠아이의 다음 행보다. 이번처럼 최상위 티어 패션쇼에 연속으로 초청받는다면, 이는 한 번의 이벤트성 노출이 아니라 하우스와 그룹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인 관계가 생겼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블랙핑크나 스트레이 키즈가 수년에 걸쳐 앰배서더급 관계로 발전해온 경로를, 데뷔 연차가 훨씬 짧은 신인 그룹이 얼마나 빠르게 따라가는지도 비교해볼 만한 지점이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다음 시즌 프런트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스타와 막 떠오르는 신인이 한 줄에 공존하는 구성이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패션쇼 객석 자체가 다음 트렌드를 먼저 알리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A small team that reads too much internet so you don't have 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