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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패션위크가 광장으로 나온 이유

패션쇼 사상 처음, 시내 광장에 선 런웨이

JD 젤리비 편집국 · 2026.10.01 SHARE · COPY LINK

패션쇼 사상 처음, 시내 광장에 선 런웨이

9월 말 파리 패션위크 스프링/서머 2027 시즌이 네 도시를 돈 글로벌 패션 서킷의 마지막 순서로 막을 올렸다. 이번 주 파리는 67개의 공식 쇼와 34개의 프레젠테이션이 몰리는 역대급 일정표를 소화하고 있는데, 그 한복판에서 신생 브랜드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이 패션위크 사상 처음으로 파리 시내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런웨이 쇼를 열었다. 통상 패션위크의 쇼는 초대장을 가진 소수만 들어가는 천막이나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는데, 누구나 지나다니는 공공 광장을 무대로 골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디자이너 스티븐 라지 바스카란과 한나 로즈는 이 쇼를 '99퍼센트(Ninety Nine Percent)'라는 제목으로 부의 불평등을 겨냥한 전작의 연장선에 놓았고, 99명의 유색인종 모델을 캐스팅해 무대를 채웠다. 같은 주 생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10년 재임의 마지막 쇼를 치르고, 쿠레주와 까르뱅은 각각 새 디자이너의 데뷔 쇼를 공개하는 등 세대교체 소식도 겹쳤지만, 화려한 쇼장 경쟁이 극에 달한 시즌에 장소 선택만으로 가장 큰 메시지를 던진 쪽은 단연 마티에르 페칼이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파리 패션위크의 쇼는 대개 그랑 팔레, 루브르 인근 임시 천막, 유서 깊은 호텔 연회장처럼 통제된 사적 공간에서 열린다. 입장은 초대장을 받은 소수에게만 허락되고, 거리의 행인은 쇼가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티에르 페칼은 이 공식을 뒤집어 파리 10구에 위치한 공화국 광장, 즉 시위와 집회로 익숙한 완전한 공공 공간을 쇼장으로 택했다. 캐스팅 구성도 파격적이었다. 99명의 모델 대부분이 유색인종이었고, 다수가 두 디자이너의 실제 지인과 가족이었다. 바스카란이 몬트리올의 저소득층 주택단지에서 자란 개인사가 컬렉션 전반의 정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배경과 맞물려, 룩은 새하얀 테일러링부터 크리스티앙 루부탱과 협업한 힐 달린 플립플롭까지 양 극단을 오갔다. 같은 주 아느리얼라주(Anrealage)는 창립 25주년 컬렉션에서 전자종이(E Ink) 소재로 만든 비늘 장식 드레스 6벌을 공개해, 빛과 온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디지털 패브릭을 런웨이에 올렸다. 이 브랜드를 이끄는 모리나가 쿠니히코는 이번 컬렉션의 테마를 '스킨(SKIN)'으로 잡고, 피부처럼 외부 자극에 반응해 색을 바꾸는 소재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소와 소재 양쪽에서 '쇼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시도가 같은 주에 겹쳤다는 점이 올 시즌을 이전 시즌과 가르는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이런 시도가 유독 이번 시즌에 몰린 데는 몇 가지 맥락이 겹친다. 우선 세대 교체다. 안토니 바카렐로가 10년 재임한 생로랑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고, 쿠레주에는 드류 헨리가, 까르뱅에는 카이 네셀라스가 각각 첫 쇼를 치른다. 헨리는 버버리 수석 디자인 디렉터 출신이고 네셀라스는 생로랑에서 10년간 여성복을 책임진 인물로, 둘 다 거대 하우스의 문법을 체화한 뒤 독립 브랜드로 이동했다. 오래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내려오고 새 얼굴이 올라서는 교체기에는 기존 쇼 문법에 대한 피로와 새로운 포맷에 대한 갈증이 동시에 커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일정 과부하다. 67개 쇼와 34개 프레젠테이션이 한 주에 몰리면 관객과 언론의 주의력은 한정돼 있고, 같은 천막과 같은 호텔 연회장을 또 보여주는 브랜드는 묻히기 쉽다. 장소 자체가 뉴스가 되는 마티에르 페칼의 선택은 이 포화 상태에서 주목을 확보하는 합리적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객석에는 가수 리한나가 앉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유명인사의 등장은 광장이라는 낯선 장소 선택과 맞물려 소셜미디어에서 이 쇼가 다른 쇼보다 훨씬 빠르게 회자되는 계기가 됐다. 셋째, 글렌 마르텐스가 디젤을 떠나 메종 마르지엘라에만 집중하기로 하면서 마르지엘라가 다시 공식 일정에 복귀했고, 발렌티노는 지난 시즌 로마에서 열었던 쇼를 파리로 되돌렸다. 하우스들이 쇼 장소와 소속을 재배치하는 흐름 속에서, 신생 브랜드가 아예 업계 밖 공간으로 나가버리는 선택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마티에르 페칼의 광장 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브랜드들이 따라붙는 포맷으로 자리 잡을지가 이번 시즌 이후 지켜볼 지점이다. 파리시가 공공 광장에서의 패션쇼를 다시 허가할지, 허가한다면 어떤 조건을 붙일지도 선례로 남을 변수다. 생로랑은 바카렐로의 마지막 쇼 이후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라, 10년 만의 수장 교체가 브랜드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쿠레주의 드류 헨리와 까르뱅의 카이 네셀라스는 이번이 데뷔 쇼였던 만큼, 이후 시즌에서 각자의 색깔을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내는지가 두 하우스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아느리얼라주의 전자종이 드레스처럼 기술을 소재 자체에 통합하는 시도 역시, 상업화 단계로 이어질지 컬렉션용 실험으로 그칠지 이어서 확인할 만하다. 남은 파리 패션위크 일정에서 사카이, 에스터 마나스, 크리스토퍼 에스버 등 기존 라인업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도 변수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시즌이 보여준 건 쇼 자체의 혁신 경쟁이 장소·캐스팅·소재 세 축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다음 시즌에는 이 세 축 중 어느 것이 업계 표준으로 굳어질지가 관건이다.

#Summer#Show#Drew Henry#Courr#Kai Nesselrath#Car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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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패션위크가 광장으로 나온 이유

패션쇼 사상 처음, 시내 광장에 선 런웨이

젤리비 편집국·2026.10.01·6 MIN

패션쇼 사상 처음, 시내 광장에 선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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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왜 지금인가 다음에 볼 것

9월 말 파리 패션위크 스프링/서머 2027 시즌이 네 도시를 돈 글로벌 패션 서킷의 마지막 순서로 막을 올렸다. 이번 주 파리는 67개의 공식 쇼와 34개의 프레젠테이션이 몰리는 역대급 일정표를 소화하고 있는데, 그 한복판에서 신생 브랜드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이 패션위크 사상 처음으로 파리 시내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런웨이 쇼를 열었다. 통상 패션위크의 쇼는 초대장을 가진 소수만 들어가는 천막이나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는데, 누구나 지나다니는 공공 광장을 무대로 골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디자이너 스티븐 라지 바스카란과 한나 로즈는 이 쇼를 '99퍼센트(Ninety Nine Percent)'라는 제목으로 부의 불평등을 겨냥한 전작의 연장선에 놓았고, 99명의 유색인종 모델을 캐스팅해 무대를 채웠다. 같은 주 생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10년 재임의 마지막 쇼를 치르고, 쿠레주와 까르뱅은 각각 새 디자이너의 데뷔 쇼를 공개하는 등 세대교체 소식도 겹쳤지만, 화려한 쇼장 경쟁이 극에 달한 시즌에 장소 선택만으로 가장 큰 메시지를 던진 쪽은 단연 마티에르 페칼이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파리 패션위크의 쇼는 대개 그랑 팔레, 루브르 인근 임시 천막, 유서 깊은 호텔 연회장처럼 통제된 사적 공간에서 열린다. 입장은 초대장을 받은 소수에게만 허락되고, 거리의 행인은 쇼가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티에르 페칼은 이 공식을 뒤집어 파리 10구에 위치한 공화국 광장, 즉 시위와 집회로 익숙한 완전한 공공 공간을 쇼장으로 택했다. 캐스팅 구성도 파격적이었다. 99명의 모델 대부분이 유색인종이었고, 다수가 두 디자이너의 실제 지인과 가족이었다. 바스카란이 몬트리올의 저소득층 주택단지에서 자란 개인사가 컬렉션 전반의 정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배경과 맞물려, 룩은 새하얀 테일러링부터 크리스티앙 루부탱과 협업한 힐 달린 플립플롭까지 양 극단을 오갔다. 같은 주 아느리얼라주(Anrealage)는 창립 25주년 컬렉션에서 전자종이(E Ink) 소재로 만든 비늘 장식 드레스 6벌을 공개해, 빛과 온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디지털 패브릭을 런웨이에 올렸다. 이 브랜드를 이끄는 모리나가 쿠니히코는 이번 컬렉션의 테마를 '스킨(SKIN)'으로 잡고, 피부처럼 외부 자극에 반응해 색을 바꾸는 소재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소와 소재 양쪽에서 '쇼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시도가 같은 주에 겹쳤다는 점이 올 시즌을 이전 시즌과 가르는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이런 시도가 유독 이번 시즌에 몰린 데는 몇 가지 맥락이 겹친다. 우선 세대 교체다. 안토니 바카렐로가 10년 재임한 생로랑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고, 쿠레주에는 드류 헨리가, 까르뱅에는 카이 네셀라스가 각각 첫 쇼를 치른다. 헨리는 버버리 수석 디자인 디렉터 출신이고 네셀라스는 생로랑에서 10년간 여성복을 책임진 인물로, 둘 다 거대 하우스의 문법을 체화한 뒤 독립 브랜드로 이동했다. 오래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내려오고 새 얼굴이 올라서는 교체기에는 기존 쇼 문법에 대한 피로와 새로운 포맷에 대한 갈증이 동시에 커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일정 과부하다. 67개 쇼와 34개 프레젠테이션이 한 주에 몰리면 관객과 언론의 주의력은 한정돼 있고, 같은 천막과 같은 호텔 연회장을 또 보여주는 브랜드는 묻히기 쉽다. 장소 자체가 뉴스가 되는 마티에르 페칼의 선택은 이 포화 상태에서 주목을 확보하는 합리적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객석에는 가수 리한나가 앉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유명인사의 등장은 광장이라는 낯선 장소 선택과 맞물려 소셜미디어에서 이 쇼가 다른 쇼보다 훨씬 빠르게 회자되는 계기가 됐다. 셋째, 글렌 마르텐스가 디젤을 떠나 메종 마르지엘라에만 집중하기로 하면서 마르지엘라가 다시 공식 일정에 복귀했고, 발렌티노는 지난 시즌 로마에서 열었던 쇼를 파리로 되돌렸다. 하우스들이 쇼 장소와 소속을 재배치하는 흐름 속에서, 신생 브랜드가 아예 업계 밖 공간으로 나가버리는 선택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마티에르 페칼의 광장 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브랜드들이 따라붙는 포맷으로 자리 잡을지가 이번 시즌 이후 지켜볼 지점이다. 파리시가 공공 광장에서의 패션쇼를 다시 허가할지, 허가한다면 어떤 조건을 붙일지도 선례로 남을 변수다. 생로랑은 바카렐로의 마지막 쇼 이후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라, 10년 만의 수장 교체가 브랜드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쿠레주의 드류 헨리와 까르뱅의 카이 네셀라스는 이번이 데뷔 쇼였던 만큼, 이후 시즌에서 각자의 색깔을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내는지가 두 하우스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아느리얼라주의 전자종이 드레스처럼 기술을 소재 자체에 통합하는 시도 역시, 상업화 단계로 이어질지 컬렉션용 실험으로 그칠지 이어서 확인할 만하다. 남은 파리 패션위크 일정에서 사카이, 에스터 마나스, 크리스토퍼 에스버 등 기존 라인업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도 변수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시즌이 보여준 건 쇼 자체의 혁신 경쟁이 장소·캐스팅·소재 세 축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다음 시즌에는 이 세 축 중 어느 것이 업계 표준으로 굳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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