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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ZZ WE TRIED IT · 6 MIN READ

모스키노 런웨이에 오른 '통근자' 400명

모델 옆에 선 관객들, 쇼가 아니라 초대장이었다

JD 젤리비 편집국 · 2026.09.27 SHARE · COPY LINK

모델 옆에 선 관객들, 쇼가 아니라 초대장이었다

밀라노 패션위크의 스포트라이트가 이번엔 모델이 아니라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 쪽으로 옮겨갔다. 모스키노가 2027년 봄·여름(SS27) 컬렉션으로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리스 메시나(Loris Messina)와 시모네 리초(Simone Rizzo)의 데뷔 무대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정식으로 캐스팅된 모델 사이사이에 친구·동료·포토그래퍼·에디터·업계 관계자 등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함께 캣워크에 세웠다. 화려한 조명 아래 완성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문 모델과, 그 곁에서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걷는 평범한 얼굴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 뒤섞인 셈이다. 쇼를 보러 초대받은 사람이 그날 발표되는 컬렉션을 직접 입고 무대를 걸었다는 뜻이니, 관객과 출연자를 나누던 익숙한 선이 그대로 지워진 것이다. 이 장면이 지금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이벤트성 화제가 아니라 패션쇼라는 형식 자체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곧 출연자가 되는 순간 '보는 경험'과 '있는 경험'의 경계가 사라졌고, 현장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는 낯선 사람도 자신만큼 복잡하고 생생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 이른바 '선더(sonder)'가 즉각적으로 번졌다. 새 체제의 첫 무대에서 이런 실험을 감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듀오가 앞으로 어떤 태도로 브랜드를 이끌어갈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는 엄격히 캐스팅된 프로 모델만 무대에 올리고 관객은 좌석에 고정된 채 완성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구조였다. 모스키노는 이번 SS27에서 이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어, 초대받은 '통근자(commuters)' 400여 명을 모델과 나란히 걷게 하면서 쇼와 객석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메시나와 리초는 스니(Sunnei)를 함께 창립해 지난 10년간 럭셔리 업계의 관습적 기대를 뒤집는 몰입형 쇼케이스를 만들어온 이들이다. 두 사람은 모스키노에 합류하며 "모스키노를 흉내 내지 않고 다시 불붙인다, 아이러니는 태도다, 패션은 그 태도를 위해 존재한다, 진실을 말하라, 아카이브를 공부하라, 복제하지 않고 이해하라, 실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라"로 이어지는 매니페스토를 세웠고, 이번 캐스팅 스턴트는 그 문장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말로 선언한 원칙을 첫 쇼에서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는 홍보용 제스처가 아니라 앞으로의 작업 방식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컬렉션 자체도 과잉을 의도적으로 피한 레이어링 중심 구성이 두드러진다. 스택형 탱크톱, 처진 셔츠 밑단 위에 걸친 크롭 다크 재킷, 초록 체크와 보조 체크가 부딪히는 셔츠, 노랑·검정 체크 재킷과 핑크 플래드 셔츠·올리브 팬츠 조합, 흰색 'GOOD LUCK' 그래픽 티셔츠와 매끈한 그린 팬츠까지, 건축적 실루엣과 정밀한 구성이 동시에 읽히는 라인업이었다.

왜 지금인가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데뷔 쇼는 업계 전체가 다음 방향성을 가늠하는 선언문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이번 스턴트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메시나와 리초는 스니를 통해 이미 10년간 '진짜 사람'을 브랜드 서사의 중심에 두는 방식을 실험해온 콤비이고, 모스키노라는 더 큰 무대에 서자마자 자신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언어를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매 시즌 수십 개 하우스가 밀라노에서 쇼를 여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통제된 모델 캐스팅과 정형화된 런웨이 포맷은 오히려 관객의 피로를 키우는 요인이 됐고, 그 반작용으로 각본 없는 진짜 얼굴을 무대에 세우는 시도가 오히려 신선한 매력을 얻는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프런트로우에 앉은 에디터와 포토그래퍼의 반응 자체가 곧 콘텐츠가 되는데, 이번엔 그 관찰자들을 무대 위로 직접 끌어올려 관찰의 대상과 주체를 뒤섞었다는 점도 확산 속도를 높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말로만 선언하지 않고 쇼라는 형식 안에서 즉시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도, 왜 이 소식이 단순한 컬렉션 발표 이상으로 회자되는지를 설명해준다. 결국 지금 이 스턴트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완성도 경쟁에 지친 패션위크와, 그 틈을 파고든 '진짜 사람'이라는 오래된 그러나 새삼 낯선 소재가 함께 있다.

다음에 볼 것

이제 관심은 이 캐스팅 방식이 모스키노에서 한 번의 데뷔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메시나·리초 체제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문법으로 자리 잡을지로 옮겨간다. 스니 시절 이들이 몰입형 쇼케이스를 시즌마다 반복적으로 실험해온 전례를 보면, 다음 시즌에도 '실제 사람을 무대에 세우는' 방식의 변주가 이어질 가능성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레이어링 중심 룩들이 실제 매장과 룩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스택형 탱크톱이나 체크 재킷 조합 같은 구체적인 아이템이 어떤 형태로 판매용 라인에 반영되는지도 다음 단계에서 확인할 지점이다. 그날 함께 걸었던 포토그래퍼와 에디터들이 자신들의 채널에서 이 경험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그리고 그 기록들이 쌓이며 이 순간이 어떤 이미지로 굳어질지도 지켜볼 대상이다. 다른 하우스들이 이 포맷을 모방하거나 변형해 자기 쇼에 들여올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관객과 출연자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한 시즌의 화제로 끝나지 않고 패션위크 전반의 새로운 기준으로 번질지, 그 답은 다음 시즌 밀라노에서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에 섰던 400여 명의 '통근자'들이 이후에도 모스키노와 어떤 관계로 이어지는지, 다시 말해 이들이 단발성 캐스팅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지속적인 커뮤니티로 발전하는지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Moschino Invites#Commuters#Runway#Moschino#Spring#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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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키노 런웨이에 오른 '통근자' 400명

모델 옆에 선 관객들, 쇼가 아니라 초대장이었다

젤리비 편집국·2026.09.27·6 MIN

모델 옆에 선 관객들, 쇼가 아니라 초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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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왜 지금인가 다음에 볼 것

밀라노 패션위크의 스포트라이트가 이번엔 모델이 아니라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 쪽으로 옮겨갔다. 모스키노가 2027년 봄·여름(SS27) 컬렉션으로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리스 메시나(Loris Messina)와 시모네 리초(Simone Rizzo)의 데뷔 무대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정식으로 캐스팅된 모델 사이사이에 친구·동료·포토그래퍼·에디터·업계 관계자 등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함께 캣워크에 세웠다. 화려한 조명 아래 완성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문 모델과, 그 곁에서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걷는 평범한 얼굴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 뒤섞인 셈이다. 쇼를 보러 초대받은 사람이 그날 발표되는 컬렉션을 직접 입고 무대를 걸었다는 뜻이니, 관객과 출연자를 나누던 익숙한 선이 그대로 지워진 것이다. 이 장면이 지금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이벤트성 화제가 아니라 패션쇼라는 형식 자체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곧 출연자가 되는 순간 '보는 경험'과 '있는 경험'의 경계가 사라졌고, 현장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는 낯선 사람도 자신만큼 복잡하고 생생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 이른바 '선더(sonder)'가 즉각적으로 번졌다. 새 체제의 첫 무대에서 이런 실험을 감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듀오가 앞으로 어떤 태도로 브랜드를 이끌어갈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는 엄격히 캐스팅된 프로 모델만 무대에 올리고 관객은 좌석에 고정된 채 완성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구조였다. 모스키노는 이번 SS27에서 이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어, 초대받은 '통근자(commuters)' 400여 명을 모델과 나란히 걷게 하면서 쇼와 객석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메시나와 리초는 스니(Sunnei)를 함께 창립해 지난 10년간 럭셔리 업계의 관습적 기대를 뒤집는 몰입형 쇼케이스를 만들어온 이들이다. 두 사람은 모스키노에 합류하며 "모스키노를 흉내 내지 않고 다시 불붙인다, 아이러니는 태도다, 패션은 그 태도를 위해 존재한다, 진실을 말하라, 아카이브를 공부하라, 복제하지 않고 이해하라, 실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라"로 이어지는 매니페스토를 세웠고, 이번 캐스팅 스턴트는 그 문장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말로 선언한 원칙을 첫 쇼에서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는 홍보용 제스처가 아니라 앞으로의 작업 방식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컬렉션 자체도 과잉을 의도적으로 피한 레이어링 중심 구성이 두드러진다. 스택형 탱크톱, 처진 셔츠 밑단 위에 걸친 크롭 다크 재킷, 초록 체크와 보조 체크가 부딪히는 셔츠, 노랑·검정 체크 재킷과 핑크 플래드 셔츠·올리브 팬츠 조합, 흰색 'GOOD LUCK' 그래픽 티셔츠와 매끈한 그린 팬츠까지, 건축적 실루엣과 정밀한 구성이 동시에 읽히는 라인업이었다.

왜 지금인가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데뷔 쇼는 업계 전체가 다음 방향성을 가늠하는 선언문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이번 스턴트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메시나와 리초는 스니를 통해 이미 10년간 '진짜 사람'을 브랜드 서사의 중심에 두는 방식을 실험해온 콤비이고, 모스키노라는 더 큰 무대에 서자마자 자신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언어를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매 시즌 수십 개 하우스가 밀라노에서 쇼를 여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통제된 모델 캐스팅과 정형화된 런웨이 포맷은 오히려 관객의 피로를 키우는 요인이 됐고, 그 반작용으로 각본 없는 진짜 얼굴을 무대에 세우는 시도가 오히려 신선한 매력을 얻는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프런트로우에 앉은 에디터와 포토그래퍼의 반응 자체가 곧 콘텐츠가 되는데, 이번엔 그 관찰자들을 무대 위로 직접 끌어올려 관찰의 대상과 주체를 뒤섞었다는 점도 확산 속도를 높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말로만 선언하지 않고 쇼라는 형식 안에서 즉시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도, 왜 이 소식이 단순한 컬렉션 발표 이상으로 회자되는지를 설명해준다. 결국 지금 이 스턴트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완성도 경쟁에 지친 패션위크와, 그 틈을 파고든 '진짜 사람'이라는 오래된 그러나 새삼 낯선 소재가 함께 있다.

다음에 볼 것

이제 관심은 이 캐스팅 방식이 모스키노에서 한 번의 데뷔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메시나·리초 체제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문법으로 자리 잡을지로 옮겨간다. 스니 시절 이들이 몰입형 쇼케이스를 시즌마다 반복적으로 실험해온 전례를 보면, 다음 시즌에도 '실제 사람을 무대에 세우는' 방식의 변주가 이어질 가능성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레이어링 중심 룩들이 실제 매장과 룩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스택형 탱크톱이나 체크 재킷 조합 같은 구체적인 아이템이 어떤 형태로 판매용 라인에 반영되는지도 다음 단계에서 확인할 지점이다. 그날 함께 걸었던 포토그래퍼와 에디터들이 자신들의 채널에서 이 경험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그리고 그 기록들이 쌓이며 이 순간이 어떤 이미지로 굳어질지도 지켜볼 대상이다. 다른 하우스들이 이 포맷을 모방하거나 변형해 자기 쇼에 들여올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관객과 출연자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한 시즌의 화제로 끝나지 않고 패션위크 전반의 새로운 기준으로 번질지, 그 답은 다음 시즌 밀라노에서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에 섰던 400여 명의 '통근자'들이 이후에도 모스키노와 어떤 관계로 이어지는지, 다시 말해 이들이 단발성 캐스팅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지속적인 커뮤니티로 발전하는지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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