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의 첫 협업 상대가 샌디 리앙인 이유
잠옷 하나로 세계관을 파는 시대
잠옷 하나로 세계관을 파는 시대
쿠쿠(Cou Cou)가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첫 협업 상대로 고른 이름은 리본과 발레슈즈, 소녀적 감성으로 뉴욕 패션계에서 독자적인 팬덤을 만든 디자이너 샌디 리앙(Sandy Liang)이다. 라운지웨어·언더웨어를 만드는 쿠쿠와, 기성복 라인에서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상업적 무기로 써온 리앙의 조합은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두 브랜드가 그동안 각자의 카테고리에서 협업 없이 버텨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업계에서 꽤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읽힌다. 컬렉션은 8월 27일 온라인과 뉴욕 샌디 리앙 매장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마침 미국은 개학 시즌이 한창인 시기로, 학생 시절 감성을 소환하는 옷차림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콘셉트는 'A Guide to Being Well Read(잘 읽는다는 것의 안내서)'다. 흔히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학구적이고 딱딱한 이미지 대신,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즐기는 태도로 '잘 읽음'의 정의를 다시 썼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로 캠페인은 파리에서 애너메리 쿠스(Annemarie Kuus)가 촬영했고, 모델들은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마녀 배달부 키키(Kiki's Delivery Service)',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 같은 책에 파묻힌 모습으로 등장한다. 스타일링도 최신 화보보다는 옛날 카탈로그나 잡지를 오려낸 듯한 빈티지 톤으로 맞췄다. 제품군은 유기농 면 파자마,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복셋(Boxette) 상하의, 'well-read'라는 문구가 적힌 베이비 탱크탑, 요일별로 다르게 디자인된 언더웨어 세트로 구성된다. 이 중 나비와 토끼, 찻잔, 발자국, 리본 모티프를 조합한 독점 프린트 '스위트 드림즈(Sweet Dreams)'가 이번 협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리앙 특유의 감성을 가장 진하게 담고 있다. 전 제품이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되고 합성섬유를 배제했다는 점도 두 브랜드가 공유하는 '몸에 걸치는 옷은 편안해야 한다'는 원칙을 그대로 반영한다.
왜 지금인가
이 협업이 나온 시점을 뜯어보면 우연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우선 8월 말은 미국에서 '백 투 스쿨' 시즌이 절정에 이르는 때로, 도서관 카드와 갓 깎은 연필, 성장영화 주인공 같은 옷차림에 대한 향수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기다. 리앙은 그동안 리본, 발레코어, 소녀적 무드를 자신의 시그니처로 굳혀온 디자이너로, 이미 '노스탤지어를 파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쿠쿠 입장에서는 이런 리앙과의 협업이 첫 외부 파트너십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자신들의 색깔을 뚜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선택이다. 또한 언더웨어·라운지웨어 카테고리는 최근 몇 년 사이 단순한 속옷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집에서 입는 옷, 잠옷마저도 정체성과 미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면서, 이 카테고리에 협업이라는 이벤트성 요소가 더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로 보인다. 여기에 '잘 읽는다'는 개념을 학업 성취가 아닌 취향과 즐거움의 문제로 재정의한 메시지는, 성과와 효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가볍게 다가갈 여지를 만든다.
다음에 볼 것
컬렉션은 8월 27일부터 쿠쿠 온라인 스토어와 뉴욕에 위치한 샌디 리앙 매장에서 동시에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뉴욕 한 곳으로 한정된 만큼, 실물을 직접 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온라인 판매 페이지의 사이즈·가격 정보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쿠쿠가 창립 후 처음으로 시도한 외부 협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의 반응이 향후 추가 협업 라인의 성사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번 캡슐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라운지웨어·언더웨어 브랜드들이 패션 디자이너와 손잡는 협업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켜볼 지점이다. 아울러 '스위트 드림즈' 프린트처럼 협업 한정으로만 나오는 디자인은 재입고 여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으므로, 관심 있는 이들은 출시 초반 재고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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